人间失格

아내,며느리,딸 그리고 대필작가,그 속에 나는 없었습니다.

아버지 나는 지금 잘 못 지은 집처럼 아주 천천히 무너지고 있어요.

아버지,나는 아무것도 되지 못했어요.세상에 태어나서 아무것도 못 됐어.난 노력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.

아주 오랜만에 아무 이유없이 돈이 아닌 어떤 것을 따라가 보았습니다.돈도 아니고,이기고 지는 것도 아닌,작고 이상한 마음의 움직임을 따라 처음 만나는 세상 안으로 들어가봤습니다.

만약에 마흔이 된 어느 날,여전히 지금 이대로 점점 더 가난해지기만 할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면,나는…지금보다 더 나쁜 사람이 돼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.

결국 죽는 일도 사는 일의 일부라는 걸,그때 왜 알지 못했을까요?

날이 날이라서 그런가,나보다 더 슬픈 사람을 봐서 그런가.그냥 마음이 훅하고,철렁하고 그러는게…착하고 싶었어요.그건 제 선의고 이건 그쪽 선의고,그렇게 정리할까요?

고생하면서 키운 아버지 생각하면서 열심히 노력하려고 했는데 난 노력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.아버지 나는 아무것도 못 됐어요.세상에서 태어나서 아무것도 못 됐어.결국 아무것도 못 될 것 같아요.그래서 너무 외로워. 아버지.아버지도 있고 정수도 있는데 그냥 너무 외로워.

환상이 없는 현실을 삶이라기보다 죽음에 더 가까워요.

혹시 아무 이유가 없어도 볼 수 있을까요?보고 싶습니다.

나만 아는 속도로 아주 천천히 무너지고 있어요.